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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잊히지 않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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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266회 작성일 14-09-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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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잊히지 않는 추억





아마도 1993년쯤 되었을까!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초겨울이었다. 신학교를 다니면서 기독교 서점과 외판을 할 때라 책을 배달하기 위하여 속초에 갔었다.

그 날 따라 일이 늦게 끝나 밤 11시쯤에서야 속초에서 서울로 출발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속초로 가는 길이 춘천고속도로가 잘 나 있어서 쉽게 갈 수 있지만 93년도에는 백담사를 지나 미시령고개를 굽이굽이 넘어야 갈 수 있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위험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때 타던 차가 기아에서 만들어낸 프라이드였는데 그 조그만 차에 책을 가득 싣고 미시령을 넘었더니 매우 벅찬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야밤에 그 길을 다시 넘으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돌아가는 길이지만 그래도 차량이 많은 쪽인 대관령을 넘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늦은 밤이라 그런지 예상 밖으로 차량이 별로 없었고 혼자 운전을 하다 보니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핸들을 꼭 잡고 음악을 크게 틀어넣고 긴장하며 꼬불꼬불한 강원도 산길을 돌아 대관령 정상 거의 다 이르렀을 때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조금씩 내리던 눈은 대관령 정상에 거의 올라갔을 때는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대관령 휴게소에서 좀 쉬었다가 오려다가 여기서 머무르면 며칠간 발이 묶일 것 같은 생각에 휴게소를 들리지 않고 계속 서울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눈이 점점 더 내리기 시작하더니 정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와이퍼가 열심히 움직이는 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눈이 내렸고 벌써 밖에는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다 덮고 말았다. 와이퍼는 눈을 밀어내기 벅찼던지 본넷(bonnet)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유리를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잠깐 세우고 유리창에 차곡차곡 쌓인 눈을 치우고 다시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내려왔다.


평상시에는 그래도 가끔 차량 한 대라도 보이던 길인데 그 날 따라 한대도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도무지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낭떠러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이 소복이 쌓였다. 왼쪽은 산이었고 오른쪽은 깊은 논 같았다. 그래서 중앙선을 넘어 산 쪽으로 운전하는 것이 혹 미끄러지더라도 안전할 것 같아 반대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쪽에서 차가오면 영락없이 충돌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라 그 길을 포기하고 다시 오른쪽 차선으로 차를 몰았다.


좀처럼 눈은 그칠 줄 몰랐다. 평창까지 오는 길이 왜 그렇게도 멀던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여기서 아차 해서 미끄러져서 처박히면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꼼짝없이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차량이 멈추면 다시는 달릴 수 없다는 생각에 핸들을 꽉 잡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조심스레 내려왔다. 거의 평창 즈음에 왔더니 눈은 그쳤고 얼마나 긴장하고 내려왔던지 등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정말 무서운 날이었다. 그래도 아무런 사고 없이 내려왔다는 생각에 감사뿐이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나는 눈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니었다. 죽음과 사투하는 시간이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있지 않기를 바랄 추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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