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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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54회 작성일 14-09-19 11:40본문
빗속의 추억
장마철도 지났는데 왜 이렇게도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는지! 내가 비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는가보다. 사실 어릴 때는 비가 오면 무척이나 싫었다. 시골 들판에서 살다 보니 한번 비가 쏟아지면 땅이 질퍽대서 고무장화 없이는 못살았다.
그런데 장화조차 없이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리고 우산이 있다 해도 대나무로 만든 우산이라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대나무 살이 부러져서 부러진 우산을 들고 겨우 머리나 가리고 다녀야 하는 안타까운 시절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은 왜 그렇게도 힘들게 살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또한, 여름철 비가 오면 어린 나이에도 삽을 들고 논에 나가 물이 잘 빠지도록 도랑을 쳐야 하고 긴장하면서 장마철을 보냈다. 논에 나갈 때는 우비다운 우비가 없어서 비료 비닐포대를 한쪽은 터서 밑으로 반대쪽은 목이 들어갈 만큼 파서 어깨에 걸치고 옆구리는 양쪽을 팔이 들어갈 만큼 잘라서 입고 나갔다. 마치 티셔츠를 입은 것 같이 말이다. 이것이 얼마나 비를 막아주겠는가! 한 번 논에 갔다 오면 속옷까지 흠뻑 비를 맞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비가 오면 마음이 포근하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일부러 우산 없이 비를 맞고 다녔다. 남들이 볼 때는 청승맞은 사람처럼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매우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산성비라고 떠들어 대니 맞을 수 없어 우산을 쓰고 다니지만 그래도 비 오는 날이면 기분이 좋고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어릴 적에 그렇게도 싫던 비 오는 날이 지금은 왜 내 가슴을 뛰게 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알고 보니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철이 들다 보니 어머니 생각이 그립다. 지금도 시골에서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비 오는 날이면 무엇하고 계실까! 마을 회관에 가서 무엇하고 계실까! 내가 어릴 적에 비 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처마 밑에 앉아 빗줄기를 바라보며 먹을거리 걱정하시면서도 빈대떡 만들어 먹여 주셨고 수제빗국을 만들어 함께 먹었던 추억이 있다.
지금은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비가 내리고 출출하면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빈대떡이 먹고 싶고 감자 수제빗국이 먹고 싶어진다. 그 속에 어머니의 사랑이 들어 있다. 비가 오면 늘 논에 나가서 물꼬를 트고 오라시던 아버지는 먼저 천국에 가셨고 따뜻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는 지금도 시골에서 살아계시는데 비가 오는 시간이면 무엇을 하고 계실까! 옆으로 조용히 다가가서 빈대떡 한 장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다. ㅎㅎ 이제 나도 늙었나 보다 그 시절이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니 말이다.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려니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게 들어 몇 자 적어 보았다. 누구나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겠지만, 그 추억들을 기억하며 삶의 여유로움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앞으로도 비가 오면 어머니가 그리워지겠지! 하기야 이제는 내가 빈대떡 만들어 드려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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